유명 전시 및 작품들을 수없이 봐 왔다. 어떤 전시도 필자를 울게는 안했다. 브렛 베일리 시리즈 전시의 B전시는, 전시장에 들어가 전시 내용을 파악한 후 한참 눈물을 닦아내야 했다. 작품의 일부로 참여한 사람들(오브제)과는 눈을 맞추지 못하고 피하면서 관람을 마쳤다. 필자는 광주비엔날레 간부와 광주시청 예술진흥 담당(사무관) 등을 맡아 예술업무를 집중적으로 했다. 그 기간 중에 공연, 미술을 수없이 봤고 또 공연제작, 전시기획도 직접 하기도 했다. 아시아지역 및 베니스, 휘트니 비엔날레, 국내 유명전시, 뉴욕 MoMA, 뉴욕 구겐하임, 첼시 화랑가, 파리 퐁피두센터, 오르세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피카소미술관, 베르사이유 전시, 런던 대영박물관, 빌바오 구겐하임, 바르셀로나 피카소미술관, 바티칸 박물관, 이탈리아 베니스, 피렌체, 밀라노 등의 미술관 전시작품 등에서 인류가 창작한 대표적 작품들을 봤으나 울지는 안았다. 특히 미술품 중 최고로 평가받는 모나리자, 경매역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절규(2012년 1363억원), 루치안 프로이트의 세 개의 습작(2013년 1528억원), 알제의 여인들( 2015년 1968억원)도 예술적 아름다움과 메시지는 줬으나 필자를 울리지는 못했다.
아시아예술극장 개관 페스티벌에 가봤다. 매일 몇 작품씩 관람을 해오는 터라 사전 공부할 시간도 없다. 또 작품 설명이라야 작품별로 소책자 1~2페이지 정도로 작가의 간략한 작품경향, 기획의도 등을 알 수 있다. B전시는 전시 내용을 전혀 모르고 갔다. 개별적으로 얻은 정보는 전날 오페라 맥베스 감독, 브렛 베일리의 토크시간에 B전시도 자신의 아프리카 인권 전시로 관심을 가져달라는 얘기가 전부다.
2층 주 전시장은 어두컴컴하다. 아주 청량한 음색의 합창이 들려온다. 관객이 있어 네 작품 중 노래 소리가 들리는 세 번째 작품으로 갔다. '피셔 박사의 호기심의 방'이라는 작품이다. 오이갠 피셔(Eugen Fisher, 1874~1967)는 해부학 교수로서 베를린대학 총장을 지냈다. 그의 인종위생학 이론은 홀로코스트 정당화의 이념적 기반이 됐다. 그는 남서아프리카의 수용소에서 이 이론을 발전시켰다는 설명이다. 작품구성은 참수된 나마족(Nama)의 머리 기록사진, 주추, 나마족 합창단으로 돼있다. 나치체제에서 나마족과 헤레족이 봉기를 일으키자 수 만 명을 학살(1904~1908, 나미비아 학살)하였고 살아남은 사람은 강제수용소로 보내져 생체실험을 당했다(1905~1907, 탄자니아에서도 마지마지족 봉기 진압과정에서 7만 명을 학살함). 전시 목적은 나치와 피셔가 아프리카 나마족에게 자행한 패륜적 행위를 고발하는 자료전시 및 공연이다. 특히 필자를 울린 것은 네 사람의 퍼포머(성악가)다. 벽면에 나마족 머리 기록사진이 걸려있고 그 아래는 1m 정도의 네 개의 긴 상자 위에 놓인 듯 한 사람머리 모양의 인형 같은 것(퍼포머가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머리만 나오도록 3면을 상자로 둘러침)에서 합창이 흘러나온다. 자세히 보니 삭발한 머리에다 작은 머리통에 짙은 갈색으로 분장을 한 네 명의 흑인 여자 퍼포머다. 나마족 합창단이 불렀던 노래인지 10여분 이상 부르다, 쉬었다, 또 부르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고통 받았던 자신 조상들을 대신해 호소하는 듯 관람객(필자)를 정면으로 쳐다보고 노래한다. 그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노래를 들으며 유럽인들의 만행을 생각하는 동안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인간으로서 느끼는 고통의 눈물을 한참 닦아내야 했다.
왼쪽 '블랙오달리스크' 전시는 파리 식민사 박물관 전시를 재현했다. 당시 아프리카 흑인여자(노예)가 전시물(오브제)의 일부였으며 이 B전시에서도 흑인 여자가 전시물로 전시박스(관) 속에 들어가 앉아, 관람객을 쳐다보고 있다. 추가 설명문에는 8명의 노예가 살해되고 그 중 5명은 도살되어 콩가 원주민들의 식량으로 제공됐다는 기록이다. 왼쪽으로 돌아 '사라진 연결고리' 전시에 왔다. 이 작품도 유럽 컬렉션의 재현이다. 아프리카 남부여성들의 체형특징은 둔부지방경화증 때문이다. 유럽에서 기형적인 흑인여성을 알몸으로 전시를 했다는 알림이다. 또 왼쪽의 '원주민의 문명화'라는 전시다. 독일령 강제수용소에서 여자들은 동료 수감자들의 참수된 머리를 삶아서 유리조각으로 깨끗이 긁어내야 했다는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통로와 아래층 전시장에는 7개의 전시가 더 있다. 영국 등 유럽의 나라들이 아프리카 사람들에 대한 전리품, 노예 취급의 사례들을 알려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남아공에서 흑인남편, 백인부인 커플이 겪는 웃지 못 할 비인간적 문화, 강제이송 거부 아프리카인들의 질식사 등 지구 저 멀리 아프리카에서 벌어졌고 지금도 이어지는 인권탄압은 이해하기 힘들다. 용기 있는 전시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정창재 지역문화예술 평론가ㆍ전 광주문화예술회관 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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