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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예술극장 첫 시즌, 첫 작품인 필립 글래스(1937~), 로버트 윌슨(1941~)의 해변의 인슈타인(Einstein on the Beach)은 대단했다. 1976년 초연 후 20세기 최고 오페라로 평가받으며, 세계 주요도시, 대표 공연장에서만 공연됐다. 이 공연의 충격은 먼저 한국은 광주에서 공연 됐으며 아시아문화전당의 덕이라 생각한다. 다음은 일반적으로 이탈리아 정통 오페라에 익숙한 입장에서 제3의 오페라로 분류하고 싶다. 필자는 이런 상상을 해본다. 이탈리아 베르디, 푸치니가 이 작품을 봤다면, '필립 선생! 오페라라고 하기는 좀 거시기 하요.' 독일 바그너는 '필립 선생! 오페라를 많이 발전시켰소. 참 좋구먼.' 이 작품은 음악장르 오페라에 연극 요소를 과감히 넣고 현대적 무대장치를 했다. 미국의 뛰어난 공연예술의 힘이다.

이 오페라는 첫째, 정통 오페라 소재가 일반인 삶과 관련한 사랑, 정치, 사회적 이슈 등이었다면 과학(자)을 다뤄 특이하다. 20세기에 맞는 새로운 오페라에 아인슈타인의 자유로운 상상력이 필요했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위대한 유대인 과학자 아이슈타인에 대한 후세 유대인 필립 글래스의 찬양일 수 있다. 둘째, 필립은 미니멀리즘을 이용한 신음악 작곡자다. 전통적인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곡대신 신시사이저, 목관악기, 목소리를 위한 작곡을 했다. 가사는 1~8까지의 숫자와 도/레/미/파/솔의 음계로만 이뤄진다. 바이올린과 색소폰이 솔로악기로 각각 상당량 연주되고, 계명으로 부르는 남성 5중창, 단 한곡의 아리아는 가사 없는 허밍이다. 셋째, 작품 줄거리가 없다(non-plot). 이미지를 통한 아름다움 표현 시도는 혁신적이다. 또 4막 오페라의 강조는 막간의 인과관계 없이 완전 독립적임을 뜻한다. 이미지 형성을 위해 아인슈타인이 평소 좋아한 것, 습관, 과학 연구 활동(사고ㆍ思考실험), 평화주의자 등, 즉 수학ㆍ과학(숫자), 음악(계이름), 시 구절, 범선(요트), 속도, 운동(시간), 빛, 자연 등이 사용된다. 사용 요소는 여러 차례 반복하여 상징 이미지를 짙게 해낸다. 일반 오페라의 레치타티보에 해당하는 것으로 Knee play(필자 주 : 관절운동, 또는 퍼포먼스)를 도입했다. 이것은 한사람, 두 사람, 합창단, 무용단이 독백, 대화, 노래, 무용 등으로 표현한다. Knee play는 대화, 합창 등을 할 때 각각의 손가락, 팔꿈치 등을 일정한 각도를 유지하며 움직임을 계속 병행한다(로봇 춤과도 비슷). 무용단은 무릎과 팔꿈치를 움직이며 점프하는 형의 춤을 춘다. 아인슈타인 운동(시간)의 사고(思考)실험 이미지로 보인다. 또 Knee play는 독립적인 막과 막이 끊이지 않게 연결기능과 작품의 내용의 역할도 한다.

오페라는 4막이나 인터미션 없이 5시간 가까운 공연이다. 1막, 해변 이다. 2~3명의 남녀가 거닌다. 기차가 서서히 들어오고, 소년이 망루에서 낙하실험을 한다. 단아래 합창단은 1~4, 1~8까지 세는 합창을 한다. 조금 우스꽝스럽다. 아인슈타인 분장을 한 이가 손짓과 쉬기를 반복하며 이미지와 관계없는 말들을 쏟아낸다. 아인슈타인의 사고(思考)실험의 이미지다. 2막, 실험실 이미지 이후에 재판정으로 변한다. 재판정의 변호인, 늙은 판사, 젊은 판사가 팬츠, 그 색깔과 스카프 얘기, 파리 여성들의 인권침해와 인권운동, 보트를 움직일 바람을 얻을 것이란 얘기를 한다. 아인슈타인의 평화주의에 관한 이미지일까(또는 아인슈타인을 고발하는 것일까). 3막, 남녀가 탄 기차가 들어오고 1막 초기 장면이 다시 연출 된다. 다시 법정으로 바뀌고 감옥도 나온다. 변호인의 다양한 얘기의 반복, 목격자의 슈퍼마켓의 일, 지구가 움직인다는 얘기 등을 늘어 논다. 아인슈타인의 이미지를 재확인 하는 막일까.

4막, 오페라의 결론 부분으로 빛과 로켓을 비롯한 항공우주 시대의 얘기며 아인슈타인이 이룬 업적의 결과다. 어찌 보먼 미국이 차지하고 있는 항공우주 시대의 영광에 관한 얘기도 된다. 무대 위 (뉴욕)마천루 꼭대기 연구실인 듯, 흰옷의 사람이 형광등(빛)을 들고 있다. 그 앞으로 20여 명의 사람들(아인슈타인, 호킹박사, 마릴린 먼로 등)이 들어와 각각의 포즈를 취한다. 우주와 지상과 마천루를 쳐다보고 나간다. 바이올린, 색소폰 연주와 남성 5중창이 범상치 않다. 무대 위 긴 형광등(빛)이 수직으로 올라가 사라진다. 유일한 아리아가 불려진다. 지상과 항공우주의 이미지로 무대 위 3단으로 가로세운 15개 벽면공간에서 빛을 발하며 벌이는 퍼포먼스는 멋진 무대기술이다. 더욱이 사람을 태운 박스(우주선)가 각각 가로, 세로로 그 앞을 움직이게 하는 장치는 압권이다. 로켓이 올라간 뒤 피날레로 두 연인의 사랑 속삭임, 버스기사 독백으로 막이 내린다.

연출자 윌슨은 인터뷰에서 고전의 재발견이 아방가르드라 했다. 예술에서 혁신은 없으며 기초예술의 잘된 조합이 혁신이라 사료된다.

정창재 지역문화예술 평론가ㆍ전 광주문화예술회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