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대구 오페라축제 중이다. 말로만 들어온 축제 프로그램을 보니 빌헬름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 걸작 오페라 로엔그린(Lohengrin)이 눈에 띤다. 이 작품은 독일 비스바덴국립극장의 오리지널 프로덕션과 주역들이 출연한다. 지난 10월 15일 저녁 7시 시작, 11시 넘어 끝난 공연은 좋은 좌석인데도 5만 6000원(택시비 20% 할인), 파격적으로 낮춘 가격이었다. 대구 시의 공연산업과 예술복지 덕이다. 2회의 휴식시간에 마주친 시민 관객들은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또 끝나고 앞서 나가는 여인들 대화 중에 '독일 가야 볼 수 있는 공연을 봤다. 스토리가 한편의 연극 같다'고 한다. 대구시민들이 누리는 행복을 어찌 말로 표현하고, 경제적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한국 전통음악(판소리 등) 발전과정과 지역 정서를 종합해보면 음악은 남도가 발전해야 순리일 것이나 오히려 역전돼 아쉽다. 재정적 투자와 교육의 결과리라.
사람이 태어나 두 번째 맞는 대사는 혼례다. 결혼식장에서 신부 입장 때 나오는 '결혼행진곡(혼례의 합창)'이 오페라 로엔그린의 아리아라는 걸 안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딴따다단, 딴, 딴, 딴~, 반주 다음에 '그대를 이곳으로 인도하리라! 사랑의 축복이 깃드는 곳으로' … (생략). 혼례의 합창은 3막 서두, 엘자와 로엔그린의 혼인서약에서 남녀혼성, 여성 합창으로 두 번 불려진다. 오페라는 어렵다는 관념을 갖고 있다. 물론 외국어로 불려 지니 어렵게 느껴지나 가슴 저리는 아리아들이 자주 연주되고 광고에 많이 활용되는 등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조금 공부하고 노력하면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음악역사에서 오페라의 두 거봉, 베르디(이탈리아)와 바그너(독일)는 같은 해 태어났다. 베르디는 오페라 종주국의 정점에 서 있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대명사다. 그의 뛰어난 작품은 휘몰아치는 외세(바그너 등)의 영향에서 벗어나 이탈리아 오페라의 정통을 유지 할 수 있게 했다. 낭만주의 시대 거목으로 평가받는 바그너는 삶 자체가 드라마틱하고 열정적이다. 때론 거인들이 그러하듯 여성편력 또한 빠지지 않는다. 그의 삶 자체는 예술로 나타난다. 바그너는 전통적인 오페라를 버리고 음악극을 만들어 낸다. 그의 음악은 철저한 반음계법을 사용하여 서서히 조성이 붕괴되는 양상을 보이게 돼 근대와 현대 예술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1850년 초연된 로엔그린은 바그너 중기 작품으로 마지막 오페라 부제를 단 걸작이다(이후 작품들은 악극이라 표현). 위대한 작품은 간단히 설명해 내기 어렵다. 그리고 어느 시대나 통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니게 된다. 로엔그린의 기본 틀은 금지와 위반, 희망과 좌절의 심리극, 적통(嫡統)과 상속에 대한 고민, 유럽의 기독교화에 의한 다신교 신들의 몰락, 소재는 설화이나 내용은 현대적 심리극이라 할 수 있다.
작품 줄거리는, 브라반트 영주의 딸 엘자는 아버지가 죽은 후 동생 고트프리트가 사라지자 동생을 죽였다는 소문에 휩싸인다. 이때 엘자의 약혼자 프리드리히 백작은 마녀로 소문난 오르트루트와 결혼식을 올리고, 안트베르펜의 왕 하인리히에게 엘자를 살인죄로 처형해달라고 청원한다. 그때 백조가 끄는 배를 탄 기사가 나타나, 엘자의 결백을 입증하고 그녀와 결혼하겠다고 말하며 그러나 절대 자신의 이름은 묻지 말아줄 것을 부탁한다. 결투 끝에 백작을 쓰러뜨린 기사와 엘자는 결혼식을 올리지만, 그녀는 결국 궁금함을 이기지 못해 남편에게 이름을 묻는다.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이름과 신분을 밝힌 기사 로엔그린은 마녀 오르트루트에 의해 백조로 변한 고트프리트 왕자를 다시 되돌려 놓은 뒤 영원히 떠난다. 후회 속에서 로엔그린을 부르던 엘자는 결국 숨을 거둔다.
막이 오르자 서곡이 흐른다. 가냘프다는 느낌의 곡이다. 전령(집정관)이 나와 촛불을 켜고, 왕이 나온다. 프리드리히가 동생을 죽였다는 누명을 씌워 엘자를 고발하고 엘자가 그의 심경을 토로하는 유명한 아리아 '홀로 쓸쓸히 슬픔의 나날을 보내고(엘자의 꿈)'를 부른다. 로엔그린 등장, 프리드리히와 결투로 진실을 밝히게 된다. 싸움 전 4중창에서 5중창, 전체합창은 압권이다. 로엔그린의 승리 후 부르는 합창도 5중창, 전체합창으로 이어져 황홀경에 이르게 한다. 2막, 우울한 분위기의 서곡이 흐른다. 선(로엔그린, 엘자)의 1차 승리에 대한 악(프리드리히, 오르트루트)이 도전의 결의를 다진다. 3막, 경쾌한 승리의 서곡이 흐른 뒤 로엔그린, 엘자의 혼인서약에 '혼례의 합창'이 울려 퍼진다. 엘자, 로엔그린 둘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사랑의 이중창을 부른다. 금기를 어긴 엘자의 실책으로 사랑은 이뤄지지 못하나 고트프리트 왕자가 마법에서 풀려난다. 160여 년 전의 작품을 통해, 악은 선을 이기지 못한다는 교훈은 영원 할 것이라 믿는다. 오늘밤 추억은 평생 잊혀 지지 않으리라.
정창재 지역문화예술 평론가ㆍ전 광주문화예술회관 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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