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5일자, 우리 지역 일간지 1면의 최상단 좌측의 당일 톱기사는 '총리ㆍ부총리 지낸 거물급 인사들 광주로 온 까닭?' 제목의 기사다. 김황식 전 총리가 U대회 공동조직위원장, 전윤철 전 감사원장이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 이사장 취임 내용을 다룬 기사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윤장현 시장의 '삼고초려' 영입, '통큰 인사'가 화제라는 것이다. 그 날 광주시청 인근 식당에서 윤시장이 베푼 퇴직자 부부 격려 오찬장에 갔다. 당시 참석자는 윤시장 취임 초기, 그 이전 그만둔 사람들이라 시장과는 인연이 적어 분위기가 무겁다. 재치 있는 A국장이 두 사람의 시정참여를 두고 "윤시장님 덕에 광주시의 격이 올랐다" 치켜세웠다. 몇 사람이 거들자 시장도 좋아 하는 기색이다. 필자는 미소만 짓고 말았다. 장ㆍ차관을 지냈다 한들 그 사람이 지방 조장행정에도 적합할 것이냐는 것과 특히 세계미술의 흐름을 조망하는 광주비엔날레에 적합한 인물일 것이냐는 생각(이전 실패사례가 있음), 특히 예술에 대한 전문성, 남다른 애정과 끝없는 열정을 쏟아낼 것이냐는 회의 때문이었다.

그 11여 개월 후, 김황식 전 총리는 U대회가 성공한 바람에 금의환향 해 이름값을 했다 평가할 만하다. 그의 공덕이 없었을 수는 없으나 객관적으로 볼 때 4~5년 준비기간 중 개회 무렵 6~7개월 동안에 뭘 했겠는가. 이런 경우를 두고 조직이 일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비엔날레 이사장은 최근 창당하는 모 신당에 고문으로 참여(정치활동 개시)하고 나서자 언론이 '신당 참여 파문', '부적절한 처신'이라 비판했다. 보도된 이사장 해명은 "재단은 민법상 법인이고 이사장직도 법적으로 공무원이 아니다"라는 것이어서 문제될게 없다는 심사로 보인다. 버티고 있는 이사장의 처신은 참 이해할 수 없다. 물론 법에서는 법인 대표가 정당 활동을 금지하는 규정은 직접 두지 않았다. 그러나 관련법령 등을 종합해 보면 스스로 정치와는 거리(중립)를 둬야 한다. 첫째, 민법이나 예술진흥법 등에서 규정한 예술, 예술단체(법인)의 예술은 순수 예술을 말하는 것으로 여기에 정치가 들어(포함)가게 되면 '예술+정치'가 되기 때문이다. 둘째, 법인(재단법인)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법인과 안 받는 법인은 구별돼야 한다. 보조금을 받는 법인은 지방재정법, 광주시 조례(보조금관리, 비엔날레지원조례)와 비엔날레 설립취지, 정관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광주시)에 준하는 공공성(정치적 중립 등)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그 대표(이사장)가 정치활동을 하겠다니 말이 안 된다. 셋째, 이사장은 홀몸이 아니다. 광주시의 상징, 시민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아시아중심도시 조성사업을 이끌어낸 광주비엔날레를 이사장은 시민을 대리해 성실히 가꿔나가야 한다. 또 이사장만 바라보는 재단 직원들도 헤아려야 한다. 넷째, 이사장의 정치활동은 비엔날레를 위하는 길이 아니고 사익을 구하는 일이다. 정부와 광주시에서 보조금을 받아내고 기업과 시민사회로부터 메세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비엔날레에 도움이 안 된다고 여러 사람이 입을 모아 성토하는데도 묵묵부답이다. 이것은 공익보다 사익을 우선하는 처신으로서 그 이름에 누가 되는지 왜 모를까.

광주비엔날레는 여러 사람들이 수년에 걸쳐 이룩해낸 광주 공동체의 공공재산이다. 국가적으로 예술기반이 취약한 때, 개최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피땀이 모아졌었던가. 과로로 숨진 공무원, 진보ㆍ보수, 민ㆍ관의 갈등 등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많은 상처가 있었고 눈물을 흘려야 했다. 고비용의 해결을 위해 여러 직원이 직장을 떠나야 했던 일. 경험이 없고 진통을 겪는 과정이 길어지자 기울기 시작하는 비엔날레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김포천 전 이사장을 중심으로 현재의 틀을 만들어내면서 흘렸던 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들. 잊어버릴 만 하다 했더니 불거진 신정아 사태, 그 7~8년 후 또 불거진 개혁의 회오리. 비엔날레가 가진 인고의 세월은 어느 한사람 개인 영달을 위한 수단이 돼선 안 된다는 걸 말해준다.

현재의 이사장은 비엔날레 혁신의 적임자, 기금 확보 등 재정에 도움 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있다. 헌데 지난 11개월간 한 것이 전무하다. 이 글을 쓰기위해 비엔날레 홈페이지를 4일 동안 볼 수 없어 유력일간지 비엔날레 기사모음을 봤더니 홍보성 기사 3~4건으로 한심스럽다. 20명이 넘은 직원이 1년 가까이 뭘 했는지 묻고 싶다. 개혁하겠다는 20대 과제도 재탕, 3탕, 4~5탕의 것으로 그게 진정한 개혁의 대상이 아니다. 비엔날레가 고민해야 할 것은 고비용의 문제와 영속적 개최기반 마련, 시스템 등의 문제다. 돈 많이 들고 관람객 적은 비엔날레는 폐지론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사장과 시장은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지 않을까.


정창재 지역문화예술 평론가ㆍ전 광주문화예술회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