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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5년 가을, 경주 세계문화엑스포와 청주 공예비엔날레를 보고와 쓰려 했던 글이다.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1년이 다 돼간다. 광주비엔날레가 제11회 행사 준비과정에서 보여준 행태나 오랫동안 전혀 변화를 이뤄 내지 못하고 정체상태로 죽어가고 있어 부득이 이 글을 쓸 수밖에 없다. 필자는 글을 쓰다보면 사실을 외면하지 못하는 글이 돼버린다. 그래서 상처받을 사람들이 눈에 아른 거리지만 광주공동체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위안을 삼는다. 경주엑스포는 네 번째 관람인 듯하다. 3~4년 만에 간 것 같은데 행사장이 천지개벽이 됐다. 경주라는 도시의 역사문화에서 실크로드라는 역사적 테마로 확장해 세계로부터 관심을 집중시켜 나가고 있다. 행사기간이 아닌 때도 드라마극의 상설 공연을 한다. 그만큼 콘텐츠가 좋다는 말이다. 어떤 이는 난데없는 비엔날레와 다른 행사얘기를 꺼내느냐 할 것이다. 필자가 경주엑스포를 들고 나온 것은 끝에 결론을 내리겠지만 문화 재단법인의 운영전략을 이야기하기 위함이다.

십여 년 전만해도 청주는 적은 도시였다. 인근지역이 통합돼 도시가 커졌지만 예술 면에서도 옛날 청주가 아니다. 한국 문화예술 지형 중 충청권의 축을 이루는 중심지역이 됐다. 비엔날레 전시는 옛 연초제조창의 어마어마하게 큰 건물에서 열렸다. 이 시설을 청주시가 활용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축복이다. 자그맣게 시작해 광주비엔날레에서 많이 배워 갔지만 이제 기반이 닦여서 거기나 여기나 매 일반이다. 옛날 방식대로 청주시민에게 '광주비엔날레 구경 오시오!'라 하면 그쪽에서는 '웃기네, 우리도 비엔날레 해요. 우리 비엔날레 보러 오세유!' 라고 조롱할 것 같다. 광주비엔날레는 외형적인 면에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20년 중 10년 이상을 허송세월로 일관해 탄력을 잃은 지 오래 됐다. 다른 지역과 문화예술(산업) 경쟁에서 이미 실패를 해 만회가 쉽지 않을 것이다.

지난 5월에는 전남에서 개최한 세계친환경디자인박람회를 봤다. 2015년에 개최한 국제농업박람회의 연장선상에서 개최한 친환경 농업, 디자인, 비엔날레적인 성격의 전시였다. 올해 광주비엔날레와 같은 기간에 부산비엔날레와 창원조각비엔날레가 열린다. 2017년에는 전남이 동양화비엔날레, 서울시가 건축비엔날레 개최를 여러 해 동안 준비해오고 있다. 한국에서 광주비엔날레는 5~6개 비엔날레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게 됐다. 비엔날레 간의 경쟁 말고도 서울, 부산에서 세기적인 명화 전이 자주 열려 광주비엔날레의 매력은 잠식당하고 있다. 이렇게 어려워진 환경을 알고 있다면 비엔날레 재단은 제11회 홍보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전혀 움직이지 않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광주비엔날레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아시아문화전당에 눌려 어려워 질 것이 빤하다. 헌데 제11회 행사 일부를 전당에서 개최함으로써 역량을 반감시키는 일이 아니기를 바란다. 다시 말해 예산부족으로 홍보에 예산을 못 쓰는 꼴이 돼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문화전당 스스로, 비엔날레 재단이 요청하든 간에 특별전은 전당 자체예산으로 준비해 광주비엔날레 전시와 시너지를 얻게 하는 것이 옳을 일이었다.

광주시민이면 누구나 광주비엔날레가 오래토록 그 명성을 이어가며 발전하기를 희망할 것이다. 비엔날레 재단에서는 (재)광주비엔날레 20년 백서의 대표인사말 타이틀로 '지난 20년 앞으로 100년'이라 쓰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광주비엔날레가 안고 있는 3개의 나쁜 프레임에서 탈피해야 한다. 첫째는 매회 행사비를 80억 범위에서 써야 한다는 생각이다. 둘째는 조직원(임직원)의 마인드다. 셋째는 소프트 파워를 키워야 한다. 첫째 과제는 역량 있는 CEO가 능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가장 중요한 것이 임직원의 마인드다. 혁신과 변화의 주체가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광주비엔날레는 상층부 직원들 순환이 안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광주비엔날레가 이들의 생각 범위 안에서 맴돌아 버리기 때문이다. 새로운 이사장과 대표가 나왔지만 대표는 CEO로써 역량 발휘를 못하고 직원들 눈치만 살피는 형국으로 비친다. 국제타운을 만든다는 재단이 전임자들이 어렵게 터를 잡아둔 소프트 파워의 싹마저 잘라버렸다. '상설전시장'과 전문 매거진 '눈(NOON)' 지가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국제큐레이터 코스도 그저 그렇다. 광주비엔날레 국제타운, 건물만 가지고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교훈을 보고 있지 않은가. 콘텐츠가 없는 문화전당이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가. 국제타운에 들어갈 콘텐츠를 만들어 지금부터 반응을 봐야 하는데 그 움직임은 하나도 없다. 순수예술 한 장르로 재단을 영속적으로 꾸려 나가기 어렵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기초 예술 산업의 다각화를 통해 백년대계를 꽤 해야 한다. 다시 일으켜 움직이게 해라.


정창재 지역문화예술 평론가ㆍ전 광주문화예술회관 관장